Reflight

Photographic Series

2019 

 

하룻저녁,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눈부신 '빛'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났다. 눈을 감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빅뱅 이전의 빛이 없는 우주를 한번 떠올려 보았다. 그 상상 속의 우주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존재라는 개념 조차 없으며,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우주계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둠 속에서 어떤 에너지 빛이 생겨나는데, 그 빛으로 인해 우주 만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제야 비로소 존재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어떤 이야기가 시작된다. 빛은 이야기이며, 빛이 없으면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그럼 빛은 어디에서 발현되는 것인가? 가령, 아무 빛도 없는 까만 밤, 달 아래에서 빛나는 당신의 빛은 어디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달에서? 태양에서? 아니면 우주의 어떤 에너지에서? 그것도 아니라면 당신에게서? 아니, 그 어떤 것이 아닌 이 모든 것으로부터 일 것이다. 왜냐면, 이 존재들 중에서 한 존재라도 없어진다면, 내 눈 앞에서 당신의 빛은 환영처럼 연멸 하여 순식간에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빛은 그 어떤 것이 아닌 모든 것이 서로 한데 맞물리고 어울려 생겨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원리를 두고 연기(緣起)라고 한다. 이 원리를 통해, 이 세계에 갖가지 흥취들과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홀로 빛나지 못한다. 낯 하늘에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도, 밤하늘에 하얗게 빛나는 만월도, 풀잎 위에 반짝이는 은로도, 해맑게 빛나는 당신도 홀로 빛나지 못한다. 이렇게 세상은 반사적 광영으로 그려지고 흐른다. 우리 눈 앞에 펼치진 눈부신 빛은 우주 만물의 기나긴 이야기 끝에 맺어진 잠깐의 인연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리에게 소중해지기를 바라며...



On an evening, questions arose about what we commonly call the brilliant 'light'. I closed my eyes, went back in time, and imagined a universe devoid of light before the Big Bang. Because there is nothing visible in the imaginary universe yet, there is no concept of existence, and there is no story. Then one day, some energy light is created in the dark, and all things in the universe begin to be seen. It is only then that the concept of existence arises, and a story begins. Light is a story, and without light, there would be no story. So where does light come from? For example, on a black night when there is no light, where does your light that shines under the moon come from. From the moon? From the sun? Or from any energy in the universe? Or from you? No, not from anything, I think it's from all of this. Because if any of these beings were to disappear, your light would disappear in vain before my eyes like a vision. Therefore, I think light is something that all things in the universe work together to create. This principle is called Pratityasamutpda. Through this principle, various pleasures and beautiful and touching stories are poured into the world. Everything in the world cannot shine alone. Neither the sun shining brilliantly in the sky, the full moon shining white in the night sky, the night dew shining on the grass, nor you shining brightly can shine alone. Like this, the world is painted and flowing in reflective light. The dazzling light before our eyes is a brief connection made at the end of a long story of all things in the universe. 

May the world we live in become precious to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