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8)
-
Reflight
2019 ➤ 하룻저녁,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눈부신 '빛'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났다. 눈을 감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빅뱅 이전의 빛이 없는 우주를 한번 떠올려 보았다. 그 상상 속의 우주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존재라는 개념 조차 없으며,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우주계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둠 속에서 어떤 에너지 빛이 생겨나는데, 그 빛으로 인해 우주 만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제야 비로소 존재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어떤 이야기가 시작된다. 빛은 이야기이며, 빛이 없으면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그럼 빛은 어디에서 발현되는 것인가? 가령, 아무 빛도 없는 까만 밤, 달 아래에서 빛나는 당신의 빛은 어디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달에서? 태양에서? 아니면 우주의 어떤 에너지에서? 그것도 아니라..
2023.06.20 -
기대는 삶 A leaning life, 2015
머릿속의 메모첩을 꺼내어 또다시 가냘픈 희망을 꾹꾹 눌러 새기고, 건망증에 곤두선 강박으로 메모첩의 분실 줄을 수시로 확인하며 무인(無人)의 암흑 속을 더듬더듬 걷는다. I take out a notepad in my head and write down blurred hopes again, check the notepad frequently with anxiety sharpened by forgetfulness, and walk dangerously in the darkness of the unmanned.
2023.06.19 -
Earloss
2018 ➤ '저는 귀가 없습니다. 당신은 제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애쓰지만, 저는 당신의 말이 들리지가 않습니다. 제 귀는 퇴화하여버렸습니다. 고로 저는 당신에게 말하고, 당신은 제 말을 들어주면 됩니다. 아, 제가 원래 몸짓 언어는 싫어합니다. 자, 이제 소통합시다!' 소통을 외치면서, 이해와 존중은 부재한 채로 자신의 이익과 자존심을 위해 거짓된 사실들을 동원하며 자기 합리화시키기 바쁜 말들. 그 말들 속 어디에도 소통은 보이지 않는다. 머플러에 구멍들을 뚫고 공해 가득한 도심 속에서 소음과 매연을 양껏 내뿜으며 요란하게 달리는 모터바이크처럼 지혜의 소리에는 귀찮다는 듯이 귀를 닫고, 자신의 소음은 어떻게 해서든 들려줘야만 한다는 빗나간 열정들. 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쓰이는 “소통합시다”라는 말은 소..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