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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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omplay
2010 ➤ 땅 위에 어둠이 드리워지면 내면에서 잠자던 기생충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지구를 갉아먹으며 축제를 벌인다. 지구는 지금 충병을 앓고 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부터 꿈속에 쓰레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내 몸이 쓰레기의 자석이 된 것 마냥 각종 쓰레기들이 나에게 날아들고, 음식마냥 쓰레기를 먹어야하는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몸이 찌뿌듯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은 풍성하나 인간이 그 아름다운 풍경을 망가트리는 사진들은 드물다. 하물며, 환경을 망가트리는 현장도 환호가 절로 나오게 사진으로 찍어내어 그 이면의 진실한 풍경은 실감하지 못한다. 이제 화려한 가림막을 거둬내고 암울한 풍경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연을 ..
2023.06.09 -
The Mother
2009 ➤ 이 작업은 험난한 세상 속에서 한뉘, 여린 꽃으로 살다 가신 그리운 내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포효하는 호랑이 앞에서 자식이 위협당할 때면, 당신께서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사나운 양이 된다. 자식을 윤택한 삶의 세월 속으로 떠밀고, 당신은 분망히 흐르는 고된 세월 속에 몸을 던진다. 당신은 차가운 어둠 속에서도 성스러운 빛을 피워낸다. 자식을 위한 생업은 당신의 꽃 같은 젊음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당신이 황혼으로 접어든 어느 날 당신은 더는 광야 위를 달릴 수가 없었다. 일상의 붓으로 세상에 감동을 그려내는 존재.. 긴 세월 동식하면서 자식은 윤기 있게 살찌워졌고 당신은 주름지고 야위어졌다. 애옥살이하다 병상에 몸을 뉘인 시간이 어쩌면 당신의 유일한 휴식시간인지도 모른다. 자식을..
2023.06.09 -
Flowpic
2008 ➤ 도시의 소음을 등지면 슬며시 살갑게 안기는 자연의 나직한 속삭임.. 귓속의 그 산울림은 낭랑한 음으로 요요히 나를 호린다. 달콤한 그 자장가 같은 수다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나는 이름 모를 산곡 물줄기 앞에 갈서서, 오감으로 오롯이 전해져오는 것들에 의해 자연의 가동을 흥감하며 대자연의 온전함을 느낀다. 일말의 저속한 물질도 섞이지 아니한 그 완전한 대자연 속에 내가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 산곡과 산곡을 휘어가는 그 순연한 물줄기를 따라 윤슬이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이리 오라 반가이 손짓한다. 그 영롱한 현혹에 이윽고 기슭 양지뜸에 앉아 윤슬을 대면하면 부끄러운 듯 억만 개의 원자들로 흩어져 햇살과 눈부신 찬란함으로 어우러지고, 그 찬란함은 또다시 흐름이 되어 산 아래로 눈부..
202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