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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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Disappear
2010 ➤ 미련으로 여물어버린 삶과 생명의 애착을 쌓인 먼지 털어내듯 속 시원히 떨쳐버릴 수 없고, 죽음이라는 것으로부터 태연해질 수 없는 나 자신 안에서 이 작업은 비롯된다. 엄마 뱃속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살기 위해 첫울음을 터뜨린다. 그러한 행동은 학습된 게 아니라 본능에서 나오는 자기방어다. 모든 생명체의 첫 번째 사명은, 자신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지켜내는 것. 내게 이 사진 작업은 첫울음이고, 삶의 발버둥이며, 인생의 아쉬움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강한 생명력으로 꿈틀댄다.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심 대로를 달리면 모든 차는 가던 길을 내어준다. 인류는 도로 위에 노란 중앙선을 명확히 긋고는 생명선이라 변칭하고, 위험이 도사리는 세상 곳곳에 초표를 세우고는 안전을 제창한다. 인류는..
2023.06.09 -
Red PM2.5
2010 ➤ 비가 내리면 신명 나게 빗속으로 뛰어들던 축제의 날들. 빗속에서 친구들과 약여히 춤추며 뛰놀던 그날들이 다시 올 것이라는 심흉의 희원을 차마 발거하지 못하나, 둘레거려보면 어쩐지 그 희원의 크기는 자꾸만 움츠려든다.. 숨이 막힌다, 숨이 막힌다. 물속을 방불케 하는 현실의 풍유가 아니라 공기가 탁해서 호흡이 버겁다는 직유이다. 1급 발암물질로 규명된 PM2.5가 공기 중에 가득하다. PM2.5는 공기 중에 부유하는 독성 물질로 인체의 혈관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거시적인 입자로서 PM10보다 그 심각성이 가일층한 유해물질이다. 술 담배는 안 하면 그만이지만 공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울의 경우 1년 내내 PM2.5로 뒤덮여있다 하여도 그리 윤색한 표현은 아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PM2...
2023.06.09 -
Hansan
2010 ➤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오르는 굴곡진 산길,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 느닷없이 예보에도 없던 비구름이나 눈구름을 불러들여 산객의 산행을 저지하기도 하고, 산머리를 눈앞에 둔 산객에게 돌부리나 빙판을 내어주고는 방심을 노리기도 한다. 다 왔다 싶어도 정상은 아직 까마득한 산. 한걸음에 들숨, 한걸음에 날숨. 걸음마다 호흡에 정성을 기울이지 아니하면 저 산(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산머리의 일념을 품은 산객을 냉엄하게 내친다. 산이 인생에 비유되고, 인생이 산에 비유되는 이유이다. 청춘(靑春). 인생의 답을 갈망했던 가장 뜨거웠던 그 시절, 그 답을 산에서 찾고자 친구들이 바다로 향할 때, 나는 천시(天時) 무시로 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설악 대청봉에서도 지리 천왕봉에서도, 산은 인..
202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