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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pic
2014 ➤ 어느 날 아침, 정적 속으로 불어온 바람이 소경을 흔들었고, 마음을 흔들었다. 바람이 지나간 갈대밭을 바라보며, 바람은 무엇이든 그냥 비켜가는 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정경(情景)들은 바람이 유발한 피사체들의 감정이다. 흔들리는 시선 끝에 놓인 그 정경들에 사진기를 만지작거린다. 바람에 휩쓸린 감정들은 노을 내린 갈대처럼, 폭우 속 갈대처럼 흔들린다. 지난밤에 내린 서리가 아침해에 채 녹기도 전에 바람이 바람을 물고 정온한 숲 속을 지난다. 바람이 다 지난 뒤, 어느 사이 도시는 선명해졌고, 나를 감쌌던 감정들은 소산(消散)되었다. 사진기가 붓이라면... One morning, a wind blowing into silence shook a small scenery, it shook m..
2023.06.16 -
Seaward
2012 ➤ 영혼으로 까만 우주를 방랑하다 세상과의 인연으로 사람이 세상에 축복으로 태나니 세상을 역유하며 창해의 꿈을 꾼다. 그 두근거리는 꿈은 복지의 바탕이 되고, 복지의 축을 이루며 곱게 펼쳐진 생을 열렬하게 적열하는 궁극의 이유가 된다. 허나 이시, 그것을 독시하던 첨예한 현실은 못마땅한 듯 서슬 퍼렇게 첨첨 말을 걸어온다. 나를 외면으로 무시하고 너의 그 환몽을 쫓으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그 겁박 같은 위협조에 순응 아니하지 못하고, 종내에 완연해진 꿈을 푸석푸석해진 살갗 밑으로 억심으로 감추고는 척박한 현실에 필야사무송하며 전집된 생을 연명한다. 물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땅속에 뿌리를 지르끼고, 대양을 향해 앙선의 넌출을 뻗고는 주야불사 하늘거리는 저 애달픈 수초들처럼.. 수초들 중..
2023.06.15 -
Lightree
2010 ➤ 이 작업은 세상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나무에 관한 작업이고, 내 안, 내면의 얕음과 변형에서 비롯되었다. 가식적인 현실 속에서 내가 무분별하게 곡해해버리는 아름다움들과 치열한 현실 속에서 쉽게 허물어지고 변해버리는 나의 의지들. 그 누수 같은 고뇌가 급기야 궤결되어 정체성이 자괴감에 뒤엉킨 채 올곡하고 캄캄한 미로 안에서 가슴앓이하던 중 열망적인 광명, 빛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어둠이 세상의 복잡한 풍경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소음마저 다 삼켜버릴 즈음, 길 위에서 빛나무와 조우하게 된다. 생각의 가지를 뻗치고,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그들의 자태를 관조하노라면, 여래좌 부처의 결연한 풍상(風尙)을 보는 듯하다. 그들의 기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언의 혼기(魂氣)는, 그 어떤 성경 구절보..
2023.06.15 -
흐르는 Flowing, 2009
무엇 하나 흐르지 않는 것이 없다. 하물며 바위산의 꿈쩍 않는 거암도 쇼팽의 피아노 선율처럼 흐르고 있다. There is nothing that does not flow anything. Even the rocks in the rocky mountains are flowing like the piano melodies of Chopin.
2023.06.14 -
세상 속으로 Into the world, 2009
속세로 돌아가는 세상의 문턱에 서서... Standing on the threshold of the world returning to the world...
2023.06.14 -
탐험가 Explorer, 2010
사람은 누구나 탐험가이다.^^ Everyone is an explorer. :)
2023.06.13 -
삶의 방식 A way of life, 2008
다른 삶을 살지라도, 삶의 방식은 비슷하다. Even if we live different lives, the way of life is similar.
2023.06.13 -
우리는 We are, 2009
흐르기에 무상한 존재 The existence that is just flowing because of flowing
2023.06.10 -
삼도천(三途川) Styx, 2014
누구나 건너야 할 숙명의 강이 있습니다... 저 먼발치에서 숲을 휘젓던 숙명의 바람은 유유히 당신을 감쌌고, 당신을 삼도천 앞으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삼도천 앞에서 당신의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음은, 당신 뒤의 그 어떤 미련도 아닌 당신을 애타게 부르는 혈연의 목소리였습니다. 아쉽게 강을 건너던 당신과 당신의 혈연 사이에는 사랑과 고마움의 마음들이 바삐 교차하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포근한 햇발이 평온하게 대지에 내려앉듯 그 빛이 당신과 혈연의 도심에 곱다랗게 곱다랗게 내려앉기를 기도합니다... 시간과 현실을 내려놓고 몸을 누이신 친구 어머니의 나무관은 한없이 가벼웠다 There is a river of fate that everyone must cross... The winds of fate th..
2023.06.10 -
Hwanghak-dong
2011 ➤ 2008년 12월 10일, 황학동의 낮 하늘에는 폭발음과 함께 어느 ‘기러기 아빠’의 숭고한 생명이 사라져 갔다. 그 폭발음의 진원지는 황학동의 어느 냉동고 수리 가게에서였고, 고인이 냉동고에 가스를 주입하던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변고였다. 고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인과 세 아들을 필리핀으로 유학을 보내고 자신은 고시원과 여관 등을 전전하며 땀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런 사연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였다. 고인 같은 수많은 사람이 땀으로 빛을 발현하며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터전, 황학동. 황학동의 무언가를 마음에 담고 싶은 강한 이끌림에 황학동에 묻혀 지내온 지, 어느덧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황학동의 거리는 삶의 욱복한 향기로 ..
202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