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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ill
2011 ➤ 이미 세상에 종횡무우한 바이러스는 대개 손에 손을 통해 창궐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에 물든 손은 썩은 좀비처럼 발작하고 있다. The full virus in the world has usually been rampant from hand to hand. Even at this moment, the hand that is dyed with darkness has a fit like rotten zombies.
2023.06.09 -
Will Disappear
2010 ➤ 미련으로 여물어버린 삶과 생명의 애착을 쌓인 먼지 털어내듯 속 시원히 떨쳐버릴 수 없고, 죽음이라는 것으로부터 태연해질 수 없는 나 자신 안에서 이 작업은 비롯된다. 엄마 뱃속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살기 위해 첫울음을 터뜨린다. 그러한 행동은 학습된 게 아니라 본능에서 나오는 자기방어다. 모든 생명체의 첫 번째 사명은, 자신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지켜내는 것. 내게 이 사진 작업은 첫울음이고, 삶의 발버둥이며, 인생의 아쉬움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강한 생명력으로 꿈틀댄다.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심 대로를 달리면 모든 차는 가던 길을 내어준다. 인류는 도로 위에 노란 중앙선을 명확히 긋고는 생명선이라 변칭하고, 위험이 도사리는 세상 곳곳에 초표를 세우고는 안전을 제창한다. 인류는..
2023.06.09 -
Red PM2.5
2010 ➤ 비가 내리면 신명 나게 빗속으로 뛰어들던 축제의 날들. 빗속에서 친구들과 약여히 춤추며 뛰놀던 그날들이 다시 올 것이라는 심흉의 희원을 차마 발거하지 못하나, 둘레거려보면 어쩐지 그 희원의 크기는 자꾸만 움츠려든다.. 숨이 막힌다, 숨이 막힌다. 물속을 방불케 하는 현실의 풍유가 아니라 공기가 탁해서 호흡이 버겁다는 직유이다. 1급 발암물질로 규명된 PM2.5가 공기 중에 가득하다. PM2.5는 공기 중에 부유하는 독성 물질로 인체의 혈관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거시적인 입자로서 PM10보다 그 심각성이 가일층한 유해물질이다. 술 담배는 안 하면 그만이지만 공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울의 경우 1년 내내 PM2.5로 뒤덮여있다 하여도 그리 윤색한 표현은 아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PM2...
2023.06.09 -
Hansan
2010 ➤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오르는 굴곡진 산길,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 느닷없이 예보에도 없던 비구름이나 눈구름을 불러들여 산객의 산행을 저지하기도 하고, 산머리를 눈앞에 둔 산객에게 돌부리나 빙판을 내어주고는 방심을 노리기도 한다. 다 왔다 싶어도 정상은 아직 까마득한 산. 한걸음에 들숨, 한걸음에 날숨. 걸음마다 호흡에 정성을 기울이지 아니하면 저 산(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산머리의 일념을 품은 산객을 냉엄하게 내친다. 산이 인생에 비유되고, 인생이 산에 비유되는 이유이다. 청춘(靑春). 인생의 답을 갈망했던 가장 뜨거웠던 그 시절, 그 답을 산에서 찾고자 친구들이 바다로 향할 때, 나는 천시(天時) 무시로 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설악 대청봉에서도 지리 천왕봉에서도, 산은 인..
2023.06.09 -
Gloomplay
2010 ➤ 땅 위에 어둠이 드리워지면 내면에서 잠자던 기생충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지구를 갉아먹으며 축제를 벌인다. 지구는 지금 충병을 앓고 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부터 꿈속에 쓰레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내 몸이 쓰레기의 자석이 된 것 마냥 각종 쓰레기들이 나에게 날아들고, 음식마냥 쓰레기를 먹어야하는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몸이 찌뿌듯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은 풍성하나 인간이 그 아름다운 풍경을 망가트리는 사진들은 드물다. 하물며, 환경을 망가트리는 현장도 환호가 절로 나오게 사진으로 찍어내어 그 이면의 진실한 풍경은 실감하지 못한다. 이제 화려한 가림막을 거둬내고 암울한 풍경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연을 ..
2023.06.09 -
The Mother
2009 ➤ 이 작업은 험난한 세상 속에서 한뉘, 여린 꽃으로 살다 가신 그리운 내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포효하는 호랑이 앞에서 자식이 위협당할 때면, 당신께서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사나운 양이 된다. 자식을 윤택한 삶의 세월 속으로 떠밀고, 당신은 분망히 흐르는 고된 세월 속에 몸을 던진다. 당신은 차가운 어둠 속에서도 성스러운 빛을 피워낸다. 자식을 위한 생업은 당신의 꽃 같은 젊음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당신이 황혼으로 접어든 어느 날 당신은 더는 광야 위를 달릴 수가 없었다. 일상의 붓으로 세상에 감동을 그려내는 존재.. 긴 세월 동식하면서 자식은 윤기 있게 살찌워졌고 당신은 주름지고 야위어졌다. 애옥살이하다 병상에 몸을 뉘인 시간이 어쩌면 당신의 유일한 휴식시간인지도 모른다. 자식을..
2023.06.09 -
Flowpic
2008 ➤ 도시의 소음을 등지면 슬며시 살갑게 안기는 자연의 나직한 속삭임.. 귓속의 그 산울림은 낭랑한 음으로 요요히 나를 호린다. 달콤한 그 자장가 같은 수다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나는 이름 모를 산곡 물줄기 앞에 갈서서, 오감으로 오롯이 전해져오는 것들에 의해 자연의 가동을 흥감하며 대자연의 온전함을 느낀다. 일말의 저속한 물질도 섞이지 아니한 그 완전한 대자연 속에 내가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 산곡과 산곡을 휘어가는 그 순연한 물줄기를 따라 윤슬이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이리 오라 반가이 손짓한다. 그 영롱한 현혹에 이윽고 기슭 양지뜸에 앉아 윤슬을 대면하면 부끄러운 듯 억만 개의 원자들로 흩어져 햇살과 눈부신 찬란함으로 어우러지고, 그 찬란함은 또다시 흐름이 되어 산 아래로 눈부..
2023.06.09 -
아이의 꿈 A child's dream, 2009
러시아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하일, 우렁찬 기적소리를 내며 드넓은 대지를 힘차게 달리고 있는 기차를 보게 된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몇십 년 후, 그 소년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는 러시아 최고의 기차 기관사가 되어있었다. A boy lived in a small rural village in Russia. One day, the boy, who saw a train running vigorously over the vast land with a loud whistle, began to run without realizing it. Decades later, the boy became Russia's top train engineer, crossing the ..
2023.06.07 -
수퍼맨 Superman, 2008
정의는 수퍼맨이 지킨다.^^ Justice is kept by Superman. :)
2023.06.07 -
기묘한 운명 A strange fate, 2011
하늘을 날 수도 없는 두 날개를 파닥거리며 일평생 안간힘을 다 쓰던 어떤 존재는, 어느 날 어떤 게으른 존재의 한입 간식거리가 되었다. Flapping the two wings that even can't fly to the sky and some existence that tried with all the strength for a lifetime, one day it became a snack for one lazy existence.
2023.06.07